연예인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진晉나라의 분열 - 2. 삼가분진(三家分晋), 춘추...[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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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쿠로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04-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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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개관

https://www.fmkorea.com/6448012419


2. 춘추시대(春秋時代) 주요 국가 소개

https://www.fmkorea.com/6451569014


3.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진晉나라의 분열 - 1 범씨, 중항씨의 반란

https://www.fmkorea.com/6974509137




이 글은 여러 사서 들에 흩어져 있는

삼가분진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로 모은 것이다.


삼가분진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는 큰 사건으로,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주나라 천자의 권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고

서로가 서로를 멸망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대 살육의 시대인 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출처: 춘추좌씨전, 자치통감, 국어, 전국책

주로 전국책이 가장 분량이 많다.





1. 지씨의 후계자 선정.

399.jpg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진晉나라의 분열 - 2. 삼가분진(三家分晋), 춘추시대의 끝

<범씨, 중항씨가 멸문되고 난 뒤, 남은 4 가문의 세력도>

전 글에서 다뤘던, 범씨와 중항씨를 4가문(지씨, 조씨, 위씨, 한씨)이 멸망시킨 뒤의 일이다.


조간자와 함께 범씨, 중항씨를 멸문시켰던 지문자 순력이 죽고, 지선자 지신이 지씨의 종주가 되었다.

지선자가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정하려고 하는데, 그는 적장자였던 '지요'를 맘에 두고 있었다.


그때 같은 집안사람인 '지과'가 지선자를 찾아와 말했다


"후계자는 요가 아닌 서자 소로 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지선자가 말했다

"소는 너무 모질고 고집스러워서 후계자로는 적절치 않다."


지과가 다시 말했다.

"소의 모질고 고집스러운 점은 그 외모에 있습니다. 하지만 요는 그 모짊이 마음에 있습니다.

요는 비록 남들보다 나은 점이 다섯가지나 있지만, 남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단 한가지가 있는데,

그 때문에 후계자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요는 외모가 남들보다 낫고,

무예가 뛰어나고 기운이 넘치며,

기예가 뛰어나고,

문장이 교묘하고 지혜가 민첩하고,

굳세고 과감합니다.

이것이 요가 남들보다 나은 다섯가지 입니다.


하지만 요는 매우 어질지 못하니,

이 어질지 못함으로 자신의 재주를 과신하여 남들을 핍박하고 깔본다면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가 그를 용납해주겠습니까?

만약 요를 후계자로 세운다면 지씨는 반드시 멸망할 것입니다."


지선자는 지과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요를 후계자로 세웠다.


그러자 지과가 한탄하였다.

"아! 지씨가 망한다면 반드시 요 때문일 것이다!"


이 요가 바로 지양자 지요, 후일 두고두고 어리석다며 까이게되는 그 삼가분진의 빌런이다.





2. 조씨의 후계자 선정


조간자의 후계자는 조양자이다.


양자의 이름은 무휼인데, 본래 오랑캐에게서 데려온 여자와의 사이에서 난 서자로

신분이 결코 귀하지 않았다. 때문에 조간자도 후계자를 정하려고 할 때 무휼은 별로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본래 조간자에게는 '백로'라는 적장자가 있었으므로 이사람이 후계자가 되었어야 할 것이지만

조간자는 결국 무휼에게 가절을 물려주게 되는데, 왜 그랬는지는 두가지 다른 이야기가 전한다.


사마천의 사기의 서술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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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자가 아들들을 불러 모아놓고 정나라 출신 관상쟁이에게 후계자감을 물었는데

관상쟁이가 이렇게 답했다.


"여기 있는 사람중에는 딱히 장군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일으켜 나갔는데, 마침 서자였고 신분도 다른 아들들에 비해 천했던 무휼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관상쟁이가 크게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야말로 진정 장군의 재목입니다!"


그 말을 들은 조간자가 의구심이 들어 반문했다.

"이 아이는 애초에 오랑캐 출신 첩에게서 얻은 자식으로 그 신분이 천하여

가문을 물려받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관상쟁이가 다시 말했다.

"비록 이아이의 지금의 신분은 천하지만, 하늘이 내린 그의 운명은 결국 그를 귀하게 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간자는, 어느날 자신의 아들들을 전부 불러모아 놓고는 말했다.

"내가 가문의 보물을 이 상산(常山)에 숨겨놓았는데, 이 것을 먼저 찾는 자에게 가문을 물려주겠다."


아들들이 모두 흩어져 찾았지만 그 넓은 산에서 보물을 어떻게 찾겠는가. 애초에 말도 안되는 미션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뜸 무휼이 조간자를 찾아와서는 말했다.


"아버님, 제가 보물을 찾았습니다."


조간자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무엇이더냐? 나에게 보여다오."


무휼이 말했다.

"상산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대나라 땅이 보이는데, 저 대나라를 도모하라는 것 아닙니까?"


K-028.jpg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진晉나라의 분열 - 2. 삼가분진(三家分晋), 춘추시대의 끝
<빨간 동그라미가 대나라>


그 말을 들은 조간자는, 과연 관상쟁이의 말대로 무휼의 재주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적장자를 맏이인 백로에서 무휼로 교체했다.


이후 조간자가 죽고 무휼이 가문을 물려받자, 본인이 상산에서 호언했던 대로

연회를 빙자하여 대나라 왕을 초청했고, 술을 진탕 먹인 다음 요리사를 이용하여 그를 구리국자로 때려죽였다.

그리고 바로 군대를 들여보내 대나라를 손쉽게 손에 넣었다.


이때 마침 대나라 왕의 부인은 무휼의 누이였는데, 남편이 무휼에게 비참하게 살해되자

신세를 한탄하며 비녀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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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사마천의 사기의 서술이다.

반면 사마광의 자치통감에는 다른 이야기가 전하는데, 그 서술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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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자가 어느날 가문을 물려줄만한 아들들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앞으로 가문을 물려받으면 도움이 될만한 것들, 기억해야 할 것들을 죽간에 적어서 주면서 말했다.

"앞으로 이를 잘 기억해 두거라."


3년 후, 다시 불러서 무엇을 숙지했는지 물어보았는데,

적장자였던 백로는 우물우물거리고 외운 것을 잘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죽간이 어디있는지를 물었더니

이미 이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무휼에게 물어보았을 때, 무휼은 조간자가 준 죽간의 내용들을 외워서 말하는 데 거침이 없었으며

죽간을 어디다 두었냐고 물었더니 바로 소매 속에서 꺼내어 이를 바쳤다.


이에 조간자는 무휼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를 후계자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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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서술이 맞는지, 자치통감의 서술이 맞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기의 서술이 더 극적이므로 그게 진실이라면 더 재밌을 듯 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조간자는 적장자를 후계자로 삼는다는 당시의 원칙을 어기고

서출에다가 나이도 한참 어렸던 무휼을 후계자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당시는 진나라 육경 가문간의 싸움이 극에 달하여

조금의 틈만 보여도 서로 꼬투리 잡아 뒤통수치고 멸문시키는 시대였으므로

자신의 후계자가 될 사람은,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아들들 중 가장 현명한 이를 후계자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무휼은, 이후에 '양'이라는 시호를 받아 '조양자'로 불리며

조간자와 함께 조나라의 기틀을 쌓은 현명한 군주로 두고두고 후세 사람들에게 추앙받는다.







3.지양자와 조양자의 악연


기원전 464년.

춘추좌씨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진나라의 정나라 침공 때의 일이다.


이 때 지씨의 종주인 지양자 지요와 조양자 조무휼이 함께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지양자가 주장(主將-총지휘관)이었고. 조양자는 지양자를 수행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 때 지양자가 조양자에게 정나라 성문을 향해 먼저 돌격하라고 하니 조양자가 말했다.

"주장(主將)이 이곳에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먼저 들어가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지양자가 코웃음치며 말했다.

"못생긴데다 용맹마저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조씨의 종주가 되었는가?"


조양자가 말했다.

"저는 치욕을 잘 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부친께서 저에게 물려주신 것입니다."


게다가 또 다른 사서의 서술에서는,

이때 지백(지양자)은 조양자에게 연회자리에서 술을 뿌리며 욕을 하고 구타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미 이 둘의 악연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조양자는 이 굴욕을 결코 잊지 않았다.







4. 지양자의 오만


중항씨, 범씨를 멸문시킨 뒤 남은 4가문(지씨, 조씨, 위씨, 한씨)는 축출한 가문들의 땅을 서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지양자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고, 당시에 지씨가 가장 세력이 강했으므로

다른 가문들을 핍박하여 땅을 뜯어내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남은 4가문 중 가장 세력이 약했던 한씨에게 사람을 보내 땅을 떼어달라고 청하였다.

당시 한씨의 종주는 한강자였는데, 그는 이것을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한강자의 책사였던 단규가 간언하였다.


"안됩니다.지백(지양자)는 그 성정이 이익을 좋아하며 모질고 사나운 사람입니다.

만약 지금 땅을 떼어주지 않으면 틀림없이 군대를 몰아 우리를 칠 것이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땅을 떼어 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그의 탐욕은 더욱 강해져서 다른 가문들(조씨, 위씨)에게도 땅을 떼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며

조씨나 위씨가 그것을 거절할 경우 즉시 병력을 돌려 그들을 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지씨의 예봉(선공)을 피하면서, 다른 가문이 공격받는 틈을 이용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강자가 말하였다.

"그 말을 따르겠다."


그리고는 곧 사자를 시켜 1만 호의 읍 하나를 지백에게 떼어 주었다.


지백은 매우 좋아하며 다시 사신을 위씨에게 보내 땅을 요구하니

위환자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위환자의 책사였던 조가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주지 않으려는 것입니까?"


위환자가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땅을 달라고 하니,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조가가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땅을 요구하니, 다른 가문들도 우리처럼 당할까 틀림없이 두려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백은 욕심이 커서 만족을 모르니 천하가 틀림없이 그를 두려워 할 것입니다.


공께서 그에게 땅을 준다면 지백은 틀림없이 더 교만해 질 것이고

교만해지면 적을 더 가벼이 볼 것이요, 그렇게 되면 다른 이웃들은 두려워 서로 뭉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뭉쳐진 병력으로 적을 가벼이 보고 업신여기고 있는 자(지백)에게 대항하면

지씨의 운명은 오래 갈 수 없을 것입니다.


공께서는 지금 땅을 주어 그를 더욱 교만하게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어찌 천하로 하여금 지백을 도모할 기회를 버리시고 우리 혼자 그의 과녁이 되려 하십니까?"


위환자가 그 말을 듣고는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위환자 역시 한씨처럼 1만호의 읍 하나를 지백에게 떼어 주었고, 지백은 크게 기뻐하였다.


더욱 교만해진 지백은 조양자에게 사람을 보내서 역시 땅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지양자에게 이미 쌓인게 많았던 조양자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따를 리가 없었다.

조양자는 역시 거절하였고, 이에 지양자는 크게 분노하였다.






5.조씨의 대비책


조양자가 지백의 땅을 떼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자, 지백은 다른 두 가문을 이끌고 조씨를 공격하려 하였다.

조양자는 걱정이 되어 말했다.


"지금 우리의 병력으로는 지백을 감당할 수 없다.

어디에서 저들을 막아야 하는가?"


주변 사람들이 건의했다.

"한단의 창고가 꽉 차있어서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조양자가 말했다.

"백성들의 고혈을 착취하여 그 창고를 채웠는데, 또 그것으로 인해서 그들을 죽게 한다면

그 누가 나를 도우려 하겠는가?"


훗날 전국시대에 이르러, 한단은 난공불락의 성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그정도의 요새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전에 범씨와 중항씨와의 전쟁에서

한단은 오랜 포위를 당하면서 민심도 좋지 않았을 것이고 성의 방비도 많이 허물어졌을 것이므로

이때 한단은 방어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양자가 자신의 책사였던 장맹담을 불러 말했다.

"지금 지백은 세번이나 한씨, 위씨에게 사신을 보내며 서로 교통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사신 한번 보내지 않고 있는데,

이것으로 보아 한씨, 위씨와 함께 우리를 칠 것이 틀림 없소.


지금 우리의 병력으로는 저 세 가문을 막을 수 없다.

장차 어디서 그들을 방어해야 하겠소?"


장맹담이 말했다.

"동안우는 선주인 조간자의 참모였는데 그가 대대로 오랫동안 진양을 다스렸습니다.

그리고 윤택이 그것을 이어받아 그곳을 다스리고 있는데, 그 다스림의 법도가 아직 남아있을 것이니

공께서는 진양을 근거로 방어하십시오."


조양자가 말했다.

"진양은 아버님께서도 일찍이 나에게 당부했던 곳이오. 그 말을 따르겠소."



조양자의 아버지였던 조간자는, 일찍이 이런 변고가 있을까 염려되어

진양을 조씨 가문의 근거지로써 요새화를 시켜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조양자를 후계자로 정한 뒤에 그를 불러서 이렇게 당부했었다.

"만약 큰일이 생긴다면, 너는 진양으로 가도록 해라."


조양자가 진양에 가서 보니 곡식도 넉넉하고 병기로 만들어 쓸 재료들도 넉넉하였다.






6.진양포위전


1) 수공으로 물에 잠긴 진양성


드디어 지백이 다른 두 가문을 이끌고 진양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조간자 때부터 이어진 견고한 방비의 진양 성은 쉽게 함락되지 않았고

3개월이 되도록 진척이 없자, 지양자는 군대를 뒤로 물리고는 진수(晉水)의 물길을 터서 진양 성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렇게 한참 지나자 결국 성안은 물바다가 되어 새집 둥지마냥 살아야 하였으며

솥을 높은 곳에 걸어 밥을 해먹는 지경이 되고 물자가 바닥났고 성안의 백성들, 병사들도 점점 지쳐갔다.


물바다가 된 진양 성을 둘러 보며 지백이 말했다.

"나는 오늘에야 물이라는 것이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구나!"


이때 지백은 위환자, 그리고 한강자와 함께 한 병거에 타고 순행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들은 위환자는 팔꿈치로 한강자를 툭 치며 눈짓하였고,

한강자 역시 위환자의 신발을 몰래 밟으면서 화답하였다.


이 두 사람은 지백의 저 말을 듣고는, 장차 지백이 자신들을 공격할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당시 위씨의 수도는 '안읍'이었고 한씨의 수도는 '평양'이었는데 둘다 수공에 취약한 지형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지백의 신하, 극자가 한강자와 위환자가 물러가고 나서 지백에게 가서 몰래 말했다.

"한씨와 위씨는 반드시 배반할 것입니다."


지백이 말했다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


극자가 말했다.

"한씨, 위씨가 처한 상황과, 그리고 저들의 물러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저들은 우리와 함께 조씨를 공격하고 있지만 조씨가 망하면 그 다음은 자기들 차례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우리 세 가문은 조씨를 멸문시키고 나면 그 땅을 셋이서 나눠 갖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양성이 함락 직전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강자와 위환자는 전혀 기뻐하는 빛이 없고

얼굴에 수심만 가득하니, 어찌 이것이 배신의 조짐이 아니겠습니까?"


며칠 후, 지백은 한강자, 위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신하 극자가 장차 당신들이 배신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자 한강자, 위환자가 말했다.

"우리는 일찍이 조씨를 이기고 나면 그 땅을 서로 나눠갖자고 합의하고 여기에 온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조씨는 멸망 직전입니다. 아무리 우리 두사람이 어리석다해도

지금 눈앞에 원하는 것을 얻기 직전인데 어찌 맹약을 배신하고 위험한 일(배신)을 하겠습니까?


이것은 극자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조씨를 도우려고 일을 꾸미는 것입니다.

지금 공께서는 간신의 말을 옳게 여기고 우리 두 가문과의 교분을 버리려 하시니

우리는 공을 위해 이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한강자, 위환자는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극자가 들어와서 지백에게 말했다.

"공께서는 어찌 제 말을 그대로 저 두 사람에게 전하셨습니까?"


지백이 말했다.

"자네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극자가 말했다.

"제가 방금 한강자와 위환자를 마주쳤습니다만, 저 두사람은 제 눈을 피하고는 급히 서두르며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뒤, 실망한 극자는 제나라에 사신으로 갈 것을 핑계대어 지백을 떠났다.



2) 조씨, 위씨, 한씨의 밀담


한편, 진양 성에서는 물자도 점점 떨어져가고 사람들도 지쳐갔으며

물에 잠긴 솥에서 개구리가 알을 까고 거기서 올챙이가 다시 개구리가 될 정도였지만,

그래도 조간자의 시대부터 오래도록 다스렸던 덕분인지 백성들은 항복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성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급해진 조양자가 장맹담을 불러 말했다.

"식량이 바닥나고 물자도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으며 사대부들도, 군민들도 병들어 이대로는 더이상 버틸수가 없소.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장맹담이 말했다.

"청컨대 제가 한씨, 위씨의 종주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장맹담은 밤에 몰래 성밖을 빠져나가 한씨, 위씨에게 가서 한강자, 위환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제가 듣건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지백이 당신들을 인솔하여 우리 조씨를 공격하고 있으나,

만약 우리가 망한다면 그 다음은 당신들일 것입니다."


한강자, 위환자가 말했다.

"우리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백은 워낙 거칠고 흉폭하니

만약 우리가 조씨와 결탁한다 하여도 그 전에 일이 발각될까봐 어찌 할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장맹담이 말했다.

"지금의 이 모의는 두 분과 저만이 아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이리하여 한강자, 위환자는 장맹담과 함께 몰래 결탁하여

일정한 날을 잡아, 밤을 틈타 지씨를 야습하기로 하였다.





3) 지백의 마지막 기회


그러나 장맹담이 그렇게 분주히 한씨, 위씨의 군영을 드나들며 소통하는 것을

지씨의 일족이었던 지과가 목격하게 되었고, 배신의 기미를 눈치챈 지과가 지백에게 가서 말하였다.

"장차 한씨, 위씨가 배신할 것 같습니다. 당하기 전에 먼저 한강자와 위환자를 죽여 없애십시오."


지백이 말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지과가 말했다.

"신이 원문 밖에서 장맹담과 마주쳤는데, 얼굴에 자신만만함이 가득하였고, 발걸음이 가뿐해보였습니다."


지백이 말했다.

"그럴 리 없다. 조씨를 깨뜨리고 나면 그들은 나와 땅을 나눠갖기로 약속한지 오래이며,

그 두사람은 나와도 일찍이 친하게 지내왔으므로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마음을 놓고 더이상 이 일을 발설하지 마시오."


그 말을 들은 지과는, 물러나서 한강자와 위환자를 따로 만나보고는 다시 지백을 찾아와 말했다.

"저들 두사람은 이미 낯빛도 바뀌고 뜻도 변했습니다.

틀림없이 배신할 것이니 죽이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백은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미 진양성이 함락이 목전이라 곧 조씨의 땅을 그들도 갖게 될 텐데 어찌하여 배신한단 말인가?"


지과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차라리 그들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더욱 그들을 후히 대접하십시오.

위환자의 책사는 조가, 한강자의 책사는 단규인데, 이들은 능히 자신이 모시는 군주의 뜻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공께서 조씨를 멸망시킨 후, 조가와 단규에게도 각각 1만호의 땅을 하나씩 봉해준다고 약속하신다면

그들은 배신의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그들이 모시는 한강자와 위환자 역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백은 땅을 아까워하여 그렇게 크게 선심을 쓰려 하지 않았고,

결국 지과는 한탄하며 성을 바꾸고 가문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4) 지씨의 멸망


그 소식을 들은 장맹담이 조양자에게 말했다.

"제가 일전에 원문 밖에서 지과를 마주쳤을 때, 그는 저를 크게 의심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오늘 지백을 뵙고 난 후 떠나버렸다고 하니

오늘 지씨를 치지 않는다면 다른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조양자는 장맹담으로 하여금 한씨, 위씨를 만나 이렇게 전했다.

"오늘 밤 강의 제방을 지키는 사람을 죽이고 물길을 지백의 군영쪽으로 돌려 주십시오."


그날 밤, 한씨 위씨는 미리 조씨와 약속한대로 하였고

그러자 지씨의 군영은 물에 잠겨 대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한씨, 위씨의 군대가 양쪽에서 공격하고

또 조양자가 성문을 열고 나와 정면에서 같이 공격하니

곧 지백의 군대는 대패하고 지백까지 잡혀 죽게 되었다.



조씨, 위씨, 한씨는 남은 지씨 일족들을 깨끗이 죽여 없앴으며,

지씨의 땅을 셋이서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고, 훗날 각기 제후로 독립하였다.


지씨 일족 중 살아남은 자는 앞서 성을 바꾸고 달아난 '지과'밖에 없었으며

그는 성을 보씨로 바꾸고 '보과'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가문을 잇는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조양자는 지백에게의 원한을 잊지 않고

그의 두개골에 금칠을 하여 술잔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



이 일은 전국시대가 끝나고도 한참을 후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지백은 두고두고 후세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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