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참전 용사에게 가장 공포스러웠던 존재[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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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푸히헤헤햏ㅎ 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23-11-10 13:3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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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이 멀리서 날아오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몸의 모든 근육 이 바짝 긴장해서 수축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각오한 다고 했지만 공포에 휩쓸려 가는 나 자신을 온전하게 붙잡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무력함이 나를 압도했다. 날아오는 포탄의 포효하는 비행음이 점점 가까워지자 내 이빨은 나도 모르게 부딪히며 딱딱 소리를 냈다. 심장 박동은 빨라졌고, 입안은 바짝 말랐으며, 눈은 가늘게 떠졌다.
온몸에 땀이 흘렀고, 호흡은 점점 짧아지고 빨라졌다. 침을 삼켰다가는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서 침을 삼킬 수도 없었다. 나는 계속 기도를 했다. 때로는 큰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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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구역이나 지형에서는 상당히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포탄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무서운 긴장감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문 속으로 나를 몰아넣었다.
포탄의 비행음이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 포탄은 폭발했다. 그때는 마치 엄청난 벼락이 가까이서 때리는 것처럼 땅이 흔들렸고 귀가 먹먹해 졌다.
파편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깨진 바위 파편과 흙이 덜커덕거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이어서 폭발에 따른 연기가 주변에 흩어졌다. 집중포화를 받고 있을 때나 장시간에 걸쳐 적의 공격을 받고 있을 때, 단 한 발의 포탄 폭발도 몸과 마음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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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대포는 지옥의 발명품이었다. 파괴의 혼이 담긴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예리한 쇳소리를 내면서 사정없이 날아와 표적을 파괴한다. 이것보다 더 흉포한 무기는 없다.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사악함의 화신이 바로 대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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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는 폭력의 가장 지독한 물건이며 인간이 인간을 향해 저지르는 비인간적이고 잔학한 폭력의 정수이다. 내 안에서는 대포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이 생겨났다. 총탄을 맞고 죽는 것은 어떻게 보면 깔끔하다.

그러나 포탄은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미쳐 버리기 직전까지, 아니 그런 범위를 넘어서면서까지 고문한다. 포탄이 한 발씩 날아와 터질 때마다 나는 온몸의 힘이 빠져 무력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포격이 오래 계속되는 동안 나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소리 내어 마구 울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때마다 나는 이 충동과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간신히 억눌렀다. 펠렐리우섬에서의 전투가 질질 끌게 되자 나는 포격 때문에 정신이 갈가리 찢겨 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펠렐리우·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p.147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텐데 그 유명한 HBO 드라마 <더 퍼시픽>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실존 인물 유진 슬레지가 저술한 책입니다.
필설로는 그 공포를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었겠지만 실감나는 묘사로 어떤 감정이었는지 느낌만큼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